
쿠알라룸푸르 국립대병원 재활의학과. 한국에서 온 엔지니어가 로봇의 마지막 나사를 조인다. 엔젤렉스 M20, 하반신 마비 환자를 위한 웨어러블 재활로봇이다. 그는 열흘째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조립하고, 테스트하고, 다시 분해하고. 기계는 완벽했지만 그의 손길은 조심스러웠다. 이 로봇이 누군가의 첫걸음이 될 테니까.
엔젤로보틱스가 말레이시아 시장에 진출했다는 뉴스는 간단했다. 한국 의료기기의 해외 진출 성공 사례. 그러나 재활로봇이라는 단어 앞에서 멈춰 선다. 재활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기술은 무엇을 회복시키려 하는가.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머피는 『더 바디 사일런트』에서 자신의 마비 경험을 기록했다. 척수종양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인류학자. 그는 장애를 '사회적 죽음'이라 불렀다. 몸이 아니라 관계가 끊어진다는 의미였다. 휠체어에 앉은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그의 얼굴에서 휠체어로 내려갔다. 대화는 그의 머리 위로 지나갔다. 그는 투명인간이 되어갔다.
재활의학은 기능 회복을 목표로 한다. 근력을 키우고, 관절을 움직이고, 균형을 잡는다. 엔젤렉스 같은 로봇은 이 과정을 돕는다. 반복 운동을 정확하게, 지치지 않고 수행한다. 그런데 머피가 진짜 잃어버린 것은 근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상인'이라는 자격증이었다. 사회가 요구하는 몸의 규격에서 탈락했다는 낙인이었다.
한국 장애인의 고용률은 34.6퍼센트다. 전체 인구 고용률의 절반이다. 이 숫자는 10년째 제자리다. 재활 기술은 발전했지만 장애인 고용은 늘지 않았다. 왜일까. 기업은 장애인을 고용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연구는 다르게 말한다. 적절한 편의시설과 업무 조정이 있다면 생산성 차이는 거의 없다. 문제는 기능이 아니라 편견이었다.
머피는 재활 과정에서 의료진의 태도를 관찰했다. 그들은 환자를 '정상'으로 되돌리려 애썼다. 걷게 하고, 일어서게 하고, 계단을 오르게 했다. 그러나 아무도 묻지 않았다. 당신은 어떤 삶을 원하는가. 정상이란 무엇인가. 그 기준은 누가 정했는가.
재활로봇은 분명 희망이다. 움직일 수 없던 다리가 움직인다. 일어설 수 없던 몸이 일어선다. 그러나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로봇이 아무리 정교해도, 사회가 장애인을 '비정상'으로 보는 한 진짜 재활은 일어나지 않는다. 문제는 다리가 아니라 시선이고, 근육이 아니라 구조다.
말레이시아 병원의 그 엔지니어는 어떤 마음으로 로봇을 조립했을까. 단순히 기계를 설치한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새로운 가능성을 설치한 것일까. 그가 조인 나사 하나하나가 묻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고치려 하는가. 개인의 몸인가, 사회의 시선인가.
기술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재활로봇이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장애는 개인의 결함인가, 사회의 실패인가. 우리가 만드는 것은 걷는 기계인가, 걸을 수 있는 세상인가. 엔젤렉스가 말레이시아로 떠난 이유도 여기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그곳에는 다른 대답이 있을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