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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쟁

이란 전쟁 한 달, 협상과 지상전 사이의 기로에 선 중동 질서

차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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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미국-이란 군사 충돌이 한 달을 넘기며 중동 질서가 재편기에 진입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 속에 국제 유가는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했고, 유럽으로 향한 난민은 분기 기준 108만 명을 기록했다. 이란 정권과 미국 사이의 협상과 지상전, 두 경로 사이에서 한국을 포함한 에너지 수입국들의 셈법도 복잡해진다.

2026년 2월 말 시작된 미국-이란 간 무력 충돌은 한 달을 넘기며 국지 분쟁에서 지역 분쟁으로 번지고 있다. YTN이 3월 29일 보도한 분석에 따르면, 이란 정권은 내부 결속을 위해 강경 노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은 협상과 지상전 두 시나리오를 동시에 관리하는 '이중 트랙' 접근을 택했다. 양측 모두 전면전을 피하려는 의도는 유지되지만, 우발적 확전의 가능성은 오히려 높아졌다.

가장 먼저 흔들린 것은 에너지 시장이다. 이란이 2월 말 호르무즈 해협 통과 유조선에 대한 '강제 검사' 방침을 발표한 직후 국제유가는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89달러에서 3월 중순 110달러를 넘어섰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병목이다. 실제 봉쇄가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봉쇄 가능성'만으로 유가는 25% 가까이 뛰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3월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봉쇄가 30일간 현실화될 경우 유가는 배럴당 150달러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에 대한 파급은 이중적이다. 한국은 원유의 약 68%를 중동에서 수입하며, 이 중 상당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2024년 기준 한국의 중동 원유 수입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32%, UAE가 14%, 쿠웨이트가 11%, 이라크가 9%를 차지했다. 이란산은 제재로 공식 수입이 중단된 상태지만, 중동 전반의 공급망 불안이 한국 정제업체에게 즉각적 비용 충격을 준다. 한국석유공사는 3월 말 전략비축유 방출 시나리오를 점검했다.

난민 위기는 또 다른 차원의 충격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 최신 통계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중동 출신 난민의 유럽 내 보호 신청 건수는 108만 건에 달한다. 2015년 시리아 내전 정점 당시 연간 130만 건에 근접하는 수치로, 분기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다. 이란 내 소수민족 지역, 이라크·아프가니스탄 국경 지대에서의 연쇄 난민 발생이 맞물린 결과다.

EU의 대응은 분열적이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 3국이 전체 난민의 62%를 수용하는 동안, 폴란드·헝가리는 EU의 분담 결정을 공개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EU 사법재판소 제소를 예고했다. 2024년 채택된 EU 이민·망명 협약의 실질 이행력이 근본적 위기에 처한 것이다. 독일에서는 반이민 정서를 내세운 독일대안당(AfD) 지지율이 3월 여론조사에서 2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란 내부 사정도 복잡하다. 2022년 '마흐사 아미니' 사건 이후 누적된 체제 불만, 경제 제재로 인한 생필품 가격 급등, 그리고 이번 전쟁 수행의 직접 비용이 삼중 압박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이란 정권의 내부 통제를 더 강화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외부 위협 앞에서 내부 저항이 '국익 배반'으로 규정되는 전형적 포위 정치의 문법이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3월 중순 "외부 침략에 대한 저항은 체제의 생존 문제"라고 선언했다.

미국의 셈법도 단순하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의 협상 복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제로 옵션'(이란 핵프로그램 완전 폐기)이라는 협상 조건을 유지한다. 이란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반면 지상전 투입은 이라크 전쟁의 교훈을 학습한 미국 국민 여론의 반대를 불러온다. 워싱턴포스트 3월 말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3%가 이란 지상전 개입에 반대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공습·제재·비밀 작전'을 결합한 '낮은 강도의 장기전'을 택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스라엘은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본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결정적 타격을 줄 기회로 보는 한편, 헤즈볼라·후티 등 이란 지원 무장단체의 대응 공격을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 3월 말 이스라엘은 레바논·예멘 양면 공습을 진행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겉으로는 미국과 보조를 맞추면서도, 이란과의 외교 채널을 비공식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중동 국가들 사이에서는 '어느 한쪽의 완승이 아닌 일정 수준의 균형 복원'을 선호하는 기류가 역설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중국과 인도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며, 러시아와 함께 유엔 안보리 제재 강화를 저지해 온 주체다. 이번 전쟁은 중국이 중동에서의 외교적 무게를 확장하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미국과의 제재 갈등을 격화시키는 위험도 안고 있다. 인도는 이란·러시아산 저가 원유에 크게 의존해 왔기 때문에, 유가 급등에 직접 노출됐다.

한국 외교의 운신 폭은 제한적이지만, 정책적 방향은 이미 드러나 있다. 원유 수입 다변화(미국·남미·아프리카산 비중 확대), 전략비축유 활용 체계 점검, 에너지 대전환 로드맵 가속화 등이다. 4월 6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발표한 '국민주권정부 에너지 대전환 추진계획'이 호르무즈 위기와 시기적으로 맞물린 것은 우연이 아니다. 중동 의존도를 줄이는 장기 대응이 현실적 필요로 다시 부상한 것이다.

이란 전쟁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한 달이 넘어가면서, 이 분쟁이 2015년 시리아 위기를 닮은 '10년 지속형 지역 혼란'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협상과 지상전, 두 경로의 갈림길은 여전히 열려 있지만, 그 사이에 낀 에너지·난민·안보의 파동은 이미 세계 경제의 상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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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트유 배럴당 가격
IEA·국제유가, 2026.03 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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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분기 유럽 난민 신청
UNHCR, 202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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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원유 중동 수입 비중
한국석유공사, 2024년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호르무즈 봉쇄 리스크의 현실화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병목이 흔들리면서, 한국 정제업계와 가계 에너지 비용에 직접 충격이 파급된다.

2
유럽 난민 위기 재점화

분기 108만 건의 난민 신청은 EU 통합의 근본 시험대이며, 독일 AfD 28% 지지율은 정치 지형 변동의 신호다.

3
에너지 대전환의 새 동력

4월 6일 발표된 한국 에너지 대전환 로드맵이 중동 위기와 시기적으로 맞물리며, 중동 의존도 축소가 안보 의제로 재분류된다.


이 기사는 공공 데이터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