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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째주 ·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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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세상을 보다

[4월 2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불이 붙은 수돗물, 에너지 전환의 어두운 뒷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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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조시 폭스의 『GasLand』(2010)는 미국 전역의 천연가스 셰일 채굴(프래킹) 현장을 카메라에 담은 다큐멘터리다. 수돗물에 불이 붙는 장면으로 유명하다. 선댄스 심사위원 특별상, 아카데미 후보. 2026년 4월 한국은 재생에너지 100GW 대전환을 선언했지만, 가스발전은 여전히 '전환의 가교'로 남아 있다. 영화는 그 가교가 누구의 지하수 위에 세워지는지를 묻는다.

영화는 한 통의 편지로 시작한다. 펜실베이니아 농장에서 조시 폭스에게 배달된 편지. 가스회사가 10만 달러를 주고 그의 집터 아래 셰일 가스 시추권을 사겠다고 제안한다. 폭스는 이 제안을 받아들일지 결정하기 위해, 이미 셰일 채굴이 진행 중인 다른 주의 농가들을 찾아가 보기로 한다. 그가 가져간 카메라는 단순한 선택이었지만, 결과물은 21세기 환경 다큐의 이정표가 됐다.

콜로라도의 한 농부가 부엌 수도꼭지에 라이터를 갖다 댄다. 수돗물에 불이 붙는다. 텍사스의 한 가족은 5년 만에 암 진단을 여섯 번 받았다. 와이오밍의 한 여성은 지하수 오염 검사에서 벤젠과 크실렌이 기준치의 수백 배로 검출됐다고 말한다. 모두 인근에 프래킹(수압 파쇄법) 시추공이 생긴 뒤의 일이다. 폭스는 가스회사에 답변을 요구하지만, 그들은 '화학물질 성분표'를 공개하지 않는다. 2005년 에너지정책법으로 프래킹 용액은 식수안전법 적용에서 면제됐기 때문이다.

영화의 힘은 개별 사례의 충격보다 숫자의 누적에 있다. 폭스가 방문한 지역만 34곳. 촬영 당시 미국 전역에 프래킹 시추공은 약 45만 개, 34개 주에 분포해 있었다. 천연가스는 '깨끗한 화석연료'로 포장됐지만, 채굴 과정의 지하수 오염·메탄 누출·지반 침하는 통계에서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영화는 이를 "가스의 이중장부"라고 부른다.

2026년 한국의 에너지 풍경은 겉보기에 이 영화와 거리가 있다. 한국은 셰일가스 매장지가 거의 없고, 프래킹 시추는 이뤄지지 않는다. 4월 6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발표한 '국민주권정부 에너지 대전환 추진계획'은 재생에너지를 2030년까지 100GW로 확대하고 석탄발전 60기를 2040년까지 폐쇄한다는 목표를 담았다. 한국은 '탈석탄→재생에너지'라는 깨끗한 서사를 택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GasLand』가 던지는 질문은 더 깊은 곳에 있다. "에너지 전환의 중간 지점은 무엇으로 채워지는가?" 한국의 2030 경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석탄이 빠지는 자리를 우선 채우는 것은 천연가스(LNG)다. 2024년 기준 한국의 전력 믹스에서 LNG 비중은 약 30%이며, 2030년 목표에서도 여전히 20%대를 유지한다. 한국 LNG 수입의 상당량은 미국 셰일가스(프래킹으로 채굴된 것)다. 영화의 그림자가 한국의 가스 파이프라인 안에 그대로 들어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100GW라는 숫자가 구체적 경로 없이 선언될 때, 그 틈을 메우는 것은 거의 항상 가스다. EU도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천연가스를 "지속가능 금융 분류체계(택소노미)"에 포함시켰다. 이는 환경주의자들이 '그린워싱(환경 포장)'이라고 비판한 결정이었다. 한국도 2022년 원전·LNG를 K-택소노미에 포함한 바 있다. 『GasLand』는 이 분류 결정이 어느 지하수의 미래를 저당잡는지를 보여준다.

조시 폭스는 2013년 『GasLand Part II』, 2014년 『How to Let Go of the World and Love All the Things Climate Can't Change』를 연달아 만들며 기후·에너지 다큐의 계보를 이어갔다. 그러나 첫 편의 충격을 능가하지는 못했다. 수돗물에 불이 붙는 단 하나의 장면이 1만 페이지 보고서보다 강한 감응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의 진정한 정치적 힘은 종종 수치가 아니라 이미지에 있다.

2026년 한국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선언했지만, 그 전환의 '중간 10년'을 가스에 의존하는 경로를 걷고 있다. LNG 터미널은 계속 증설되고, 가스 수입 계약은 장기화된다. 그 사이 미국 셰일 지대의 지하수는 서서히 오염된다. 영화가 보여준 것은 'A와 B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B로 가는 길이 A의 어두운 연장선'이라는 구조적 진실이다. 전환의 속도가 늦어질수록 그 어두운 연장선은 길어진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폭스는 자신의 농장 현관에서 밴조를 연주한다. 멀리 가스회사의 시추탑이 보인다. 그는 결국 시추권을 팔지 않았다. 그러나 혼자 팔지 않는다고 셰일 붐이 멈추지는 않는다. 2026년 한국의 각 개인도 같은 상황이다. 개별 가구가 태양광을 설치하고 전기차를 사더라도, 전력 믹스의 구조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국가의 탄소 곡선은 꺾이지 않는다. 영화의 밴조 소리는 낙관이 아니라, 결단의 한계를 받아들이는 멜랑콜리에 가깝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에너지 전환의 중간 지점

한국의 2030 재생에너지 100GW 경로에서 탈석탄 자리를 LNG가 메우는 구조가 고착되면, 미국 셰일가스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는 오히려 높아진다.

2
택소노미의 정치경제학

EU·한국이 원전·LNG를 '녹색 분류'에 포함한 결정은 에너지 전환의 시간표를 조절하는 정치적 선택이며, 그 비용은 먼 지하수 아래에서 치러진다.

3
이미지의 정치적 힘

영화의 '수돗물에 불 붙는 장면'처럼, 통계가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단일 이미지가 보여주는 순간이 에너지 정책의 공론화를 바꾼다.

공식 예고편

GasLand (2010) — 조시 폭스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