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뮈니케

게임 규제의 다음 단계, 통제에서 정책 역량으로… 청소년 과몰입 해법의 이동

맥락올 한해 동안 추진된 디지털 과몰입 대응 정책이 ‘차단 중심 규제’의 한계를 드러내며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게임 이용을 억제하는 방식 대신, 인문학을 매개로 청소년의 감정·인지 역량을 회복시키는 접근이 정책 실험을 통해 검증됐다. 과몰입을 개인 문제로 환원하던 기존 프레임에서 벗어나, 공교육과 문화정책이 결합된 구조적
기사 듣기
2025년도 디지털 과몰입 청소년 인문치유 프로그램 운영 모습(ⓒ게임문화재단)
2025년도 디지털 과몰입 청소년 인문치유 프로그램 운영 모습(ⓒ게임문화재단)

올 한해 동안 추진된 디지털 과몰입 대응 정책이 ‘차단 중심 규제’의 한계를 드러내며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게임 이용을 억제하는 방식 대신, 인문학을 매개로 청소년의 감정·인지 역량을 회복시키는 접근이 정책 실험을 통해 검증됐다. 과몰입을 개인 문제로 환원하던 기존 프레임에서 벗어나, 공교육과 문화정책이 결합된 구조적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을 수치로 확인한 사례다. 향후 청소년 게임 정책의 기준선이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청소년 게임 과몰입 문제는 오랫동안 규제 중심 정책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이용 시간 제한, 보호자 통제 장치, 접근 차단 등 기술적 규율이 주요 수단이었다. 그러나 정책 현장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실효성보다 갈등을 키운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이용 행태를 줄이는 데는 일시적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몰입의 원인인 정서 불안과 관계 단절까지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한계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2025년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게임문화재단이 공동 추진한 ‘디지털 과몰입 청소년 인문치유 프로그램’은 기존 정책과 다른 선택을 했다. 게임을 통제 대상이 아닌 생활 문화로 전제하고, 청소년이 스스로 이용을 조절할 수 있는 인지·정서 역량을 키우는 데 정책 목표를 둔 것이다. 이는 게임 정책을 보건·규제 영역에서 문화·교육 정책으로 확장한 시도로 해석된다.

프로그램은 전국 43개 기관에서 운영됐으며, 문학 텍스트를 활용해 감정 인식, 자기 성찰, 관계 회복을 단계적으로 경험하도록 설계됐다.

정책적으로 주목할 부분은 개입 방식이다. 게임 이용 자체를 문제 삼지 않고, 게임에 몰입하게 되는 감정 상태와 사고 구조를 언어화하도록 유도했다. 이는 과몰입을 개인의 의지 부족이나 중독 문제로 단순화하지 않고, 환경과 발달 과정의 결과로 다루는 접근이다.

성과 지표는 정책 효과를 뒷받침한다. 위험군 청소년 가운데 문제군 비율이 70% 이상 감소했고, 잠재 문제군도 절반 가까이 줄었다. 예방 교육을 병행한 일반군 학생들 사이에서는 게임 이용 시간보다 감정 조절과 자기 인식 지표에서 변화가 관찰됐다. 이는 ‘이용량 감소’가 아닌 ‘이용 역량 강화’라는 정책 목표가 일정 부분 작동했음을 보여준다.

정책 분석 관점에서 이 사례는 몇 가지 시사점을 남긴다.

첫째, 청소년 게임 정책을 단일 부처의 규제 정책으로 다루기보다 문화·교육·복지 정책과 결합할 필요성을 확인했다.

둘째, 과몰입 대응의 성과 지표를 이용 시간이나 차단 건수 대신 정서 안정, 자기조절력 등 질적 지표로 전환할 가능성을 열었다.

셋째, 공공 정책이 민감한 문화 소비 영역에 개입할 때 ‘금지’보다 ‘해석 능력 강화’가 사회적 수용성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

향후 과제도 분명하다. 프로그램이 단기 개입에 그치지 않으려면 학교 교육과정, 보호자 교육, 지역 문화 인프라와의 연계가 필요하다. 또한 성과 측정 방식에 대한 장기 추적 연구가 병행돼야 정책 확산의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 2026년 역사 분야로의 확대 계획은 인문 기반 접근을 제도화하려는 초기 단계로 볼 수 있다.

청소년 게임 문제는 여전히 사회적 논쟁의 대상이다. 그러나 이번 정책 실험은 질문의 방향을 바꿨다. 게임을 얼마나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디지털 환경을 다룰 수 있는 시민 역량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로 정책의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 규제의 시대를 지나, 이제 게임 정책은 교육과 문화의 언어로 재설계되고 있다.

국내 청소년 게임 과몰입률 및 정책 변화 추이
출처: 게임문화재단, 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이 기사는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맥락과 통계를 추가해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