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가 5월 총파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11월 22일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3.1%라는 압도적 찬성률이 나왔다. 2024년 7월 이후 2년 만이자, 1969년 창사 이래 두 번째 파업이다.
왜 지금 다시 파업인가. 표면적으로는 임금협상 결렬이지만, 더 깊은 균열이 보인다. 공동투쟁본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사측과 협상을 이어왔으나 결국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마저 11월 3일 조정 중지를 결정했다. 노사 간 입장차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2년 전 첫 파업과 비교하면 몇 가지 달라진 점이 눈에 띈다. 첫째, 찬성률이 더 높아졌다. 93%를 넘는 압도적 지지는 노동자들의 불만이 더 깊어졌음을 보여준다. 둘째, 반도체 업황이 다르다. 2022년은 호황기였지만 지금은 불확실성이 크다. 셋째, 글로벌 노동운동의 흐름이 거세다. 미국 자동차 노조의 성과, 일본 춘투의 임금 인상 등이 한국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 신화는 이미 깨졌다. 2020년 노조 설립, 2022년 첫 파업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분수령이다. 55년 무노조 전통을 깨고 등장한 노조가 이제는 정기적으로 파업을 검토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한국 최대 기업의 노사관계가 '예외적 안정'에서 '일반적 갈등'으로 전환되고 있다.
실제 파업이 일어나면 어떤 영향이 있을까. 삼성전자 국내 직원 약 12만 명 중 노조원은 3만여 명이다. 전체의 25%지만, 생산직과 엔지니어가 다수를 차지한다. 특히 반도체 생산라인에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 2022년 파업 때는 큰 차질이 없었다고 회사 측은 발표했지만, 이번에는 규모와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
다른 대기업들도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 LG전자 등 경쟁사 노조들은 삼성의 교섭 결과를 참고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반도체 업계 전반의 임금 수준과 복지 기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이 양보하면 다른 기업들도 압박을 받게 된다.
노동계는 이번 투표 결과를 '시대 변화의 신호'로 읽고 있다. MZ세대 엔지니어들이 노조에 가입하고, 파업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과거와 다른 현상이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워라밸을 중시하는 세대가 늘어났다. 충성심보다 정당한 대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사측은 어떻게 대응할까. 과거처럼 강경 일변도로 나가기는 어렵다. ESG 경영이 강조되는 시대에 노사갈등은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준다. 특히 글로벌 고객사들이 공급망 전체의 노동권을 점검하는 상황에서, 파업이 장기화되면 비즈니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5월까지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양측이 극적인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까. 아니면 한국 최대 기업에서 두 번째 파업이 현실화될까.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노사관계의 미래를 가늠하는 시험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