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부터 시작된 일이다. 저축은행업계를 대표하는 저축은행중앙회가 차기 회장을 뽑는 절차에 들어가자, 이례적으로 노조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현 오화경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노조는 회장 선출 과정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3월 11일부터 후보 등록이 시작됐다. 업계에서는 오화경 현 회장이 연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지방 저축은행 리테일 사업 강화 등 그간의 성과가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노조는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서 직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우려다.
저축은행중앙회 노조가 회장 선거에 이렇게 관심을 보이는 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회장 선거 때도 노조는 투명한 선출 절차를 요구했다. 당시에는 후보자들의 공약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비판했다. 이번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선거 과정 자체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79개 저축은행을 회원사로 둔 법정 단체다. 회장은 3년 임기로 회원사 대표들이 선출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형 저축은행들의 영향력이 크다. 전체 자산의 60% 이상을 상위 10개 저축은행이 차지한다. 이런 구조에서 중소 저축은행이나 직원들의 의견이 소외된다는 게 노조의 지적이다.
KBS 노조가 JTBC의 월드컵 중계권 문제를 비판한 것과 비교해보면 맥락이 다르다. KBS 노조는 공영방송의 역할을 강조하며 외부 이슈에 개입했다. 반면 저축은행중앙회 노조는 내부 거버넌스 개선에 집중한다. 조직 운영의 민주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저축은행업계는 최근 몇 년간 큰 변화를 겪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강화된 규제로 인수합병이 활발했다. 2020년 기준 저축은행 수는 79개로 2011년(105개)보다 26개 줄었다. 대신 자산 규모는 2배 이상 커졌다. 이런 구조 변화 속에서 중앙회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조가 요구하는 건 명확하다. 회장 후보들의 공약을 직원들에게도 직접 설명할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또 중앙회 운영에 직원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단순히 이번 선거만의 문제가 아니다. 저축은행중앙회가 업계 전체를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갖춰야 할 거버넌스 구조에 관한 질문이다.
3월 말까지 후보 등록이 마무리되면 4월 중 선거가 치러진다. 노조의 요구가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번 움직임은 금융권 노조 활동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준다. 임금이나 복지 같은 전통적 이슈를 넘어 조직 운영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저축은행업계가 이런 변화 요구에 어떻게 응답할지 주목된다.
